[Column]


최고의 공연장이 최대 규모의 공연과 만나는

오랑주 페스티벌 (Chorégies d'Orange)


예술가들이 파리와 더불어 영원한 고향으로 생각하는 프로방스. 색과 향, 태양과 빛으로 점철된 이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그 마력으로부터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다. <러브 인 프로방스>, <파리로 가는 길>, <마농의 샘>, <마르셀의 여름>, <향수> 등 무수한 영화들이 담아낸 고장이 프로방스이기도 하다. 또, 론 강 계곡을 따라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고 건조한 남프랑스 바람인 미스트랄은 한 번 불면 수일 간 지속되기에 많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님과 아를의 원형경기장, 로마시대의 수도교인 가르 다리(Pont du Gard) 등이 위치한 이곳은 로마제국이 무수한 흔적을 남긴 고장이기도 하다. 옛 교황청 소재지 아비뇽, 단테가 작품 <신곡>을 쓸 때 영감을 얻었다는 레보드프로방스, 이국정서가 차고 넘치는 남쪽 관문 마르세유, 라벤더 밭 풍경이 수려한 세낭크 수도원 역시 이 지역의 대표적인 명소들이다. 그러나 음악이 없는 프로방스를 떠올리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엑상프로방스의 성악제와 더불어 프로방스의 여름을 가장 화려하게 빛내는 행사가 ‘코레지 도랑주’, 우리식으로 편하게 바꾼 이름이 ‘오랑주 페스티벌’이다.





프로방스 지방의 한 축을 이루는 데파르트망이 보클뤼즈(Vaucluse)이며, 보클뤼즈에 소재한 도시 오랑주의 고대극장(Théâtre Antique)에서 매년 6월부터 8월까지 열리고 있는 축제가 ‘코레지 도랑주’다. 오페라와 클래식음악 쪽으로 특화된 축제로 주요 공연은 7월과 8월에 집중 편성되어 있다. 대중성이 강한 2개 오페라가 2차례씩 공연을 가지는 것이 이 축제의 대표적인 모습인데, 공영TV가 종종 중계를 담당하고 있다.


1825년부터 복원이 시작된 고대극장은 이미 1860년대가 되자 여름 공연을 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는데, 1869년부터 ‘로마제국 축제(Fêtesromaines)’란 이름을 내세우며 행사를 시작했다. 그로 인해 오랑주 페스티벌은 오늘날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페스티벌로 간주된다. 이 축제는 야외극을 최초로 복원시킨 행사이기도 했으며, 19세기에는 음악에 한정되던 영역을 연극으로까지 확장시키면서 축제의 원칙을 바꾼 희귀한 사례로 분류되기도 했다. 현재의 페스티벌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1971년 이후로, 1971년을 기준으로 할 경우 2018년에 47회를 맞이한다. 그러나 이 페스티벌은 시간이 흘러도 초창기의 독창성을 간직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스어의 ‘코레오스(choreos, ‘합창’의 의미)’에서 가져온 축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코레지 도랑주’는 축제를 그리스 및 라틴 전통에 훌륭하게 연계시키고 있다. 매년 공연이 열리는 장소인 고대극장(Théâtre Antique)은 완벽하게 보

존된 공간으로, 성벽이 탁월한 음향효과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연장 수용 인원은 8천 6백 명 내외. 서기 1세기에 건축된 로마제국시대의 극장은 베로나의 그것과 더불어 여름에 가장 멋진 공연이 올라가는 장소로 이름이 나있다. 높이가 37m, 폭이 103m에 달하는 공연장의 벽은 무대장식가들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배경을 이룰 뿐더러 야외에서 열리는 공연에 어울리는 최적의 음향효과를 낳고 있다. 아쉽게도 야외극장은 이 축제를 시간에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 천둥 번개가 치거나 연습이 부족한 경우 공연은 마지막 순간에 취소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장엄한 무대라 그런지 ‘코레지 도랑주’ 무대에 올라가는 작품들 중에서는 대작이 많다. 집중적으로 소개되는 음악가들은 역시 베르디, 푸치니, 바그너 등 대작 오페라를 작곡한 이들이다. 1968년 이후 이 축제를 통해 소개된 주요작품들로는 베르디의 <아이다>(1968, 1976, 1983, 1991, 1995, 2001, 2006, 2011, 2017), <나부코>(1982, 1989, 1994, 1998, 2004, 2014), <일 트로바토레>(1972, 1981, 1992, 2007, 2015), <오델로>(1975, 1993, 2003, 2014), <돈 카를로>(1984, 1990, 2001), <라 트라비아타>(1993, 1999, 2003, 2009, 2016), <리골레토>(1980, 1995, 2001, 2011, 2017), 구노의 <파우스트>(1969, 1990, 2008), 비제의 <카르멘>(1984, 1992, 1998, 2004, 2008, 2015), 푸치니의 <토스카>(1994, 2000, 2010), <라보엠>(2005, 2012), <투란도트>(1979, 1983, 1997, 2012), <나비부인>(2007, 2016) 등이 있다. 반면 바그너의 작품들 중에서는 <탄호이저>(1986), <니벨룽의 반지>(1988), <트리스탄과 이졸데>(1973, 1997), <발키리>(1975), <로엔그린>(1976), <파르지팔>(1979), <방랑하는 네덜란드인>(1980, 1987, 2013) 등의 다양한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벨리니의 <노르마>(1974, 1999)도 ‘코레지도랑주’와 인연을 맺은 작품으로 꼽힌다. 2018년을 장식할 작품으로는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7월31일과 8월4일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성악 쪽 소명에 충실하면서 이 축제는 오늘날 프랑스 최고의 명성을 얻으며 국제적으로도 이름을 내고 있다.


1982년부터 2016년까지 기간에는 레몽 뒤뷔페(Raymond Duffaut)가 지휘를, 티에리 마리아니(Thierry Mariani)가 축제 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 국제적으로 가장 유명한 성악 관련 축제로 등극시키는 데 성공했다. 2년 전부터 장-루이 그랭다(Jean-Louis Grinda)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중이다. 전 세계의 음악 애호가들이 이 축제를 찾는데다가 2019년에 150주년을 맞이하기에 내년에 이 축제에 참가하고자 하는 분들은 미리 티켓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2018년의 경우 심각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다가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Paca) 레지옹(광역도에 해당) 보클뤼즈(Vaucluse) 데파르트망(우리의 도에 해당), 오랑주 시가 SPL(Société Publique Locale) 사를 설립한 후 부족한 재원을 지원하면서 예년과 마찬가지로 열리게 되었다. SPL의 지분은 레지옹이 51%, 오랑주 시가 33%, 데파르트망이 16%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SPL은 프로그램에 관여하지 않는다.


2018년의 경우 페스티벌 행사는 6월 20일부터 8월 4일까지 고대극장에서 열리는데, 1905년 이후 처음으로 아리고 보이토(Arrigo Boito)의 오페라 작품 <메피스토펠레스(Mefistofele)>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수입의 80%가 티켓 판매로 채워지기에 오랑주 페스티벌의 재정 자립도는 아주 높은 편이다. 나머지 차액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다. 대부분의 해에 이 축제는 15% 정도의 예산만을 외부에서 수혈하고 있는데, 엑상프로방스와 아비뇽 축제들이 예산의 45%를 외부에서 충당하고 있는 데 비하면 이 축제가 얼마나 호응을 얻고 있는지 알 수 있다. 1년 총예산은 6백만 유로에 육박하며, 적자액은 150만 유로를 상회한다. 상당 부분 메세나의 도움을 받는 엑상프로방스 성악페스티벌(Festival d'arts lyrique d'Aix-en-Provence)을 본받아 경제 모델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환상적인 음향효과를 낳기에 마이크를 배제한 축제의 오만함이 이 축제의 감상을 다소 방해하기는 한다. 또 뒤쪽 좌석에서는 무대와 의상의 아름다움이 그다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이 이상 멋진 무대를 찾아낼 수 있을까? 게다가 역사의 끈질긴 인연을 체험하기에 ‘코레지 도랑주’보다 더 적절한 행사는 별로 없다. 2천 년전 지어진 건물의 역사성과 음악의 아름다움을 이 이상 어떻게 즐길 수 있으랴. 오랑주를 방문해보면 한 도시의 자부심이 국가의 그것보다 더 클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당연히 ‘코레지 도랑주’ 페스티벌은 현재 유럽 문화의 자부심의 원천이 되고 있기도 하다. 한 여름 밤의 꿈을 꾸기에 충분한 매력을 오랑주는 선사하고 있다.


이상빈 자문위원은

프랑스 파리 제8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대우교수로 재직 중.

저서로 <아우슈비츠 이후 예술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유럽의 어제와 오늘> 등이 있으며, 역서로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나폴레옹의 학자들>, <NO! : 인류 역사를 진전시킨 신념과 용기의 외침>, <르몽드 20세기사>, <동성애의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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